[ 시루 Essay : 02 ]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2020. 10. 7. 22:14에세이

 

 올해 봄 끝 자락부터 여름의 어중간한 시작 점 까지, 한겨레에서 주관하는 독립 잡지 만들기라는 수업에 참여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인터뷰 관련 영상을 많이 보고 있을 시기라 나도 한번 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오만한 생각은 도서관에서 읽어 보던 작은 잡지인 콘셉트진을 보고 더 확고 해 졌다. 수업에 참여 하기 이전에 홈페이지도 만들어 놓고 몇 번의 사전 인터뷰도 진행해 보았다. 물론 대면은 아니고 간단한 질문 몇 개 정도를 남겨 두면 거기에 답변해 주는 정도였다. 

 

  첫 수업은 코로나로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 시작했었다. 마스크 속에 내 얼굴의 반은 가릴 수 있어서 대면 대면 한 순간 모두가 자기를 소개할 때 조금은 과하게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게 됐었다.  다들 물질적인 책의 형태로 잡지를 만들려고 고민할 때 나는 전에 만들어 놓은 홈페이지를 고집했다. 작은 생각을 포기 하지 못 한 시점부터 그 수업에서 차근차근 나는 배제되어 갔다. 

 

 매일 같이 출근 전 아침이면 일어나서 인터뷰 대상을 찾고 나를 소개하고,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질문을 남겼다. 열명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한 명 정도만 되돌아오는 공갈빵을 먹는 듯한 상황이었다. 다른 참여자들이 책의 디자인이나 글자의 배치 그런 걸 고민할 때 나는 안에 들어갈 중요 인터뷰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냐며 속으로 비웃었다. 

 

  한 달 정도 계속되던 요청과 무시 속에서 , 결국에는 모든 걸 접게 된 계기가 생겼다. 포기 하기 바로 직전 마지막 한분이 인터뷰 요청에 긍정적으로 응 했었다. 신이 나서 수업 시간에 어떤 걸 질문하게 될지 뭘 준비해야 될지 물어봤다. 하지만 거기 수업의 선생님이자 매거진을 만들고 계신 두 분은 이미 미래를 알고 있듯이 “정말, 인터뷰하겠대요?”라고 반문했다. 그 말 이후로는 ‘뭐 , 진실은 나중에 받아들이겠지’라고 둘이 속삭이듯이 자세한 건 두 분이 진행하는 토크 모임에 참여하라고 대답을 미뤄 두셨다. 결과는 물론 거절로 끝나게 됐다.

 

 그 이후 수업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물질적인걸 만들지 않고, 홈페이지에 들어갈 인터뷰도 채워지지 않는 상황에 더 이상 수업에 참여할 이유나 목적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수업이 끝난 후 참여자들의 잡지가 하나씩 출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리 무시했던 그 실세들은 다른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다름없었다. 무언가를 받고 싶으면 나도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말을 담고 싶었다면, 정성 들인 접시가 필요하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너무 욕심을 내서 받기만을 꿈꿔 왔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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