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3)
-
[ 시루 Essay : 03 ] 같이 놀 친구가 필요해
24,5 살 꽤 나 나이가 먹은 시점에서 그렇지만 지금에 나에게는 벌써 6-7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린 울음보 시절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긴 이야기도 아니고 짧은 농담 같은 사건이다. 그때의 나는 정말이지 어울려 다니는 걸 못 하는 성격과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해 여름에는 나가고 싶었다. 뜨거운 한낮에 할 일 없는 여름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쓸데없이 에너지만 넘치던 시간에 옷을 입고 어디를 가야 하나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르는 이 없고 전화번호 부에 기재된 연락처는 가족들 뿐인 집안에 유기된 유기견 같은 행세로 멍하니 방 안에 앉아 있었다. 뜨거운 바람 한점 스쳐간 않는 방 안에서 오갈 곳이 없음을 깨닫고 다시 잠옷으로 갈아 입고 누워 버렸다. 그렇게 그 해 여름도 침대와 함께 ..
2020.10.16 -
[ 시루 Essay : 02 ]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올해 봄 끝 자락부터 여름의 어중간한 시작 점 까지, 한겨레에서 주관하는 독립 잡지 만들기라는 수업에 참여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인터뷰 관련 영상을 많이 보고 있을 시기라 나도 한번 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오만한 생각은 도서관에서 읽어 보던 작은 잡지인 콘셉트진을 보고 더 확고 해 졌다. 수업에 참여 하기 이전에 홈페이지도 만들어 놓고 몇 번의 사전 인터뷰도 진행해 보았다. 물론 대면은 아니고 간단한 질문 몇 개 정도를 남겨 두면 거기에 답변해 주는 정도였다. 첫 수업은 코로나로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 시작했었다. 마스크 속에 내 얼굴의 반은 가릴 수 있어서 대면 대면 한 순간 모두가 자기를 소개할 때 조금은 과하게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게 됐었다. 다들 물질적인 책의 형태로 잡지를 만..
2020.10.07 -
[ 시루 Essay : 01 ] 허상을 쫓아서
내가 생각하는 거만큼 벌고 싶다 / 허상을 쫓아서 - 내 방에는 책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누워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자연스레 의도하던 하지 않던 의지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끝내기보다는 미루다 하루를 끝마치게 된다. 누워 있고 서있고 그리고 앉아 있고, 그만큼 지금의 태도와 당장의 행동들이 내일과 모레 있을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결정하게 된다. 사실 이런 태도의 발견은 우리가 유치원 시절에 배우는 기본적인 모습들이다. 너무 일찍 배운 탓인가? 내가 누워있는 하루의 태도를 고치려고 노력 했기 보다. 누워 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꿈과 말에 내 욕망을 넣어 방안 천장에 신기루만 잔뜩 만들고 있었다. 요즘은 움직이는 시간에 음악을 듣기 보다는 신기루 같은 성공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방안에 천장을..
2020.10.05